백구와함께했던시간들(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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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또다시 아무도 반겨주지않는 중국땅을 제나라 제땅인것 마냥 두 번째로 밟았다. 두만강하나를 건넜을 뿐인데 나는 북한에서는 반역자요,중국에서는 불법침입자였다. 하지만 그때는 그모든게 나자신에게는 가당치않는 말이였다. 나의 머릿속에는 내가 조국을 배반했다고 생각지도 않았고 중국한테는 더더욱 피해를 주는 사람이아닌 응당 넘어야할 강을 건느고 돈을 번다고 개를 팔려간 일개 장사치라고만 여겼다. 나는 그때 정말 단무지(단순,무식,지라알)였던 것 같다. 물속에서 나와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 강을 먼저건넌 형이 기다렸다는 듯 반기면서 나에게 조용히 이야기를 건넨다. 왜?그렇게 요란을 피며 강을 건넜냐며,아무리 군대를 끼고 강을 넘어도그렇지 조용히 건너야 잖냐며 타이르듯 이야기를 한다. 그런 형에게 좀전에 강을 건늘 때 얼음장이 밀려와 나를 쳤고 그통에 힘없이 쓰러져 물속에 꼴깍 잠겨버렸던것과 그래서 죽기내기로 헤엄을 쳤던사실을 이야기해줬다. 그랬더니 형도 웃음을 참지못하고 긴장을 풀고 하하하! 웃어댔다. 그렇게 짧은 대화가 몇마디 더오고간 후에야 우리는 비에 젖은 병아리처럼 초췌한 모습으로 또다시 길을 찾아 걷기시작했다. 며칠전에 넘었던 장소로 넘어서였던지 우리는 쉽게 오솔길을 발견했고 역시 형이 앞장서 걷고 이번에는 백구를 내가 둘러메고 뒤따라 걸었다. 오늘따라 등에 짊어진 백구가 무겁게 느껴지지않는다. 그렇게 백구가 든 배낭을 형과 나는 엇바꿔 메어가며 걸음을 재촉했다. 한동안을 걸어서야 우리는 마을어귀가 바라보이는 곳까지 도착하게되였다. 그제서야 마을 동태도 살필겸 등에 짊어졌던 백구가든 배낭을 내려놓고 조금으슥한곳을 찾아 형과나는 담배한대씩 붙여물고 급하게 피워댔다. 그때 그담배맛은 꿀맛이였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젤맛이좋기는 밥이라던지 음식을 먹은후 즉 다시말해 식후에 피우는 담배맛이 젤맛이좋기로 유명한데 긴장을 동반하고 땀을 흘려새벽길을 숨가쁘게 걷고 나서인지 담배연기를 시원한새벽공기와함께 쑥하니 들이키니 그야말로 뭐라 표현할수 없는 여직껏 느껴보지못한 담배맛이였다.
담배한모금을 들이킬 때 반짝이는 불빛에 손목을 가져다 대고는 시계를 들여다보니 새벽3시도 채안된 시간이였다. 강도 무사히건넜고 걸음을 재촉하다보니 시간이 우리편에서서 흐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좀더 여유를 부리며 마을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멀찌감치에서 한동안을 숨죽이고 바라보니 왠지모를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 왔을때는 아주 고요한 정적만이 흐르던 마을이였는데 오늘은 환하게 불켜진 집들도 몇집되고 마을 어딘가에서 사람말소리가 들리는것같기도 하고 그에 반응이라도 하듯 개짖는 소리까지 들렸다. 형과나는 말없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다가는 머리를 기웃기웃 거리다가 다시 마을쪽을 주시했다. 아무리살펴봐도 조금 이상한생각이드는데 무슨일이 있는지 알수는 없는터라 조금더 지켜보다가 형이 일어나며 가자고한다. 나는 형에게 오늘 좀 이상한것같지않냐고 하니 형은 “글세다” 하더니 어찌됬건 소리를 내지말고 조심해서 가자고한다. 그러면서 자기가 먼저 앞설테니 배낭을 메고 천천히 뒤따르라고했다. 그렇게 발자국 소리를 죽여가며 마을입구에 다달아 한참을 선채로 침묵을 지키다가 또다시 발걸음을 옮기는데 우리를 발견한 어느집 개같은데 왕왕 짖어대기 시작한다. 그것이 신호라도 되는것처럼 온동네에있는 개란개는 목터져라 짖어대고 있다. 혹시라도 등에짊어진 백구도 놀란나머지 짖어댈까봐 나는 한쪽손을 들어올려 배낭에 가져다 대고는 손바닥으로 살며시 달래듯 만져보니 백구는 아주조용히 숨소리도 내지않고 있다. 그런백구가 다행스럽게 느껴져 나는 안도의 숨을 몰아쉬며 형뒤를 따라 발걸음을 재촉했다. 깊은밤 스산하게 여기저기서 짖어대는 개소리는 마을속을 향해 점점 걸어갈수록 더거칠게 더요란스럽게 들려왔다. 북한이나 중국이나 이세상개란놈은 밤잠도안자고 낯선소리만들으면 죽기살기로 짖는 것은 마찬가진 듯 싶었다. 반갑지도 않은 여기저기서 짖어대는 개소리에 잔뜩 긴장한 나머지 나는 발까지 헛딛어 비틀거리기까지 했다. 그렇게 무슨일이 일어나지않기를 바라며 마침내 맏아바이집앞까지 다달았다.
마당에들어서기바쁘게 형이 출입문쪽으로 다가가 똑똑똑 두드린다. 문을 두드리며 우리가 왔음을 알리자 평소같으면 불이켜지고 문이열렸을텐데 맏아바이가 벌컥 문부터 열어준다. 불이켜지건말건 급한마음에 열려진문으로 잽싸게 들어서니 맏아바이가 어둠속에서 검지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고는 쉿!소리내지말고 조용히 하란다. 그러면서 허둥지둥 출입문을 다시 안으로 잠그면서 너희가 집들어올 때 마을에 누가 본사람이 없는가부터 물어본다. 마을에 들어설 때 개들이 요란하게 짖었을뿐 본사람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형이 이야기하자 그제서야 휴~~~하고 안도의 숨을 쉬는것같다. 무슨영문에 맏아바이가 왜 잔뜩겁을먹고 불도안켜고 이러는지 이유를 알지도못하고 우리는 그냥 바당(현관)에 선채로 있어야했다. 어둠속에서 우리를 세워놓고는 맏아바이가 궁금증을 풀어주기라도 하듯 나지막한소리로 오늘은 집에 우리를 들여놓을수 없다고 한다. 무슨영문인지몰라 눈만 떴다감았다를 반복하며 잔뜩 긴장하고 서있던 나는 헉!소리를 자연스레 내뱉었다. 맏아바이에 말을 들으니 정말 큰일이다 싶었다. 젖은 옷을 입고있는 우리를 집에 안들여놓으면 이추운 새벽에 대체 어딜가란말인가? 오늘은 백구까지 짊어지고 한가지 희망으로 힘들어도 한달음에 달려왔는데 집에들여놓을수 없다며 빨리 가란소리만 하고있으니 참으로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가라면 다시 북한에 돌아가는 길뿐인데 어찌됬건 백구를 팔려고 온게 우리의 목적인데 돈을 받고 백구를 팔아야겠으나 맏아바이에게는 백구는 안중에도 없었고 그보다 더서러운 것은 우리가 이제밖에나가면 젖은옷을 입고 추위에떨며 고생할거라는 생각을 해본사람같지않게 느껴졌다. 생각지도못한 상황에 어쩔줄 모르는 우리를 보며 맏아바이는 또다시 말을 잇는다. 바로 어젯밤에 이동네에 도적이 들었다는 것이다. 사람네댓명이 마을곳곳을 돌아가며 빈집들을 골라가며 털어갔는데 중국사람짓은 분명히 아닐거고 너희 북한사람들 소행이라고 단정지어 이야기 한다. 그러면서 어제그일로 마을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고 오늘부터 마을 남정네들이 길목마다 불을 피워놓고 지키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용케도 집까지 찾아왔다며 절레절레 머리를 젓는다. 그러면서 왜 하필이면 두만강을 건너와 자기네 마을에까지 와서 도적질을 하고 훔쳐가냐며 아주나쁘고 고약한 놈들이라며 심한 욕을 한바탕 해대는 것이다. 말을 들어봐서는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건 분명하나 그 때문에 우리에게 난데없는 불똥이 튀는 것은 정말 억울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러고있을새가 없다며 분명히 누군가가 우리가 맏아바이집에 오는 것을 봤을거라며 큰일이 벌어지기전에 빨리 집을나가라고한다. 이번에는 맏아매가 날이밝으면 모든게 들통이 날수있으니 개고뭐고 다필요없으니 가란소리만을 맏아바이처럼 하고 있다.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맏아바이와 맏아매소리에 우리는 졸지에 가도오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말았다. 개도 못팔고 이추운새벽에 우리가 갈곳이 어딨겠는가말이다. 그러거나말거나 막무가내로 우리를 내쫒지못해 안달이난 맏아바이를 보는 순간 나는 밸이꼬이며 화가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상황에 화를 낼수도 없는일이였다.두 어르신을 봤을 때 고향의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은 분들인데 나이차이로나 도덕적으로나 아무리우리에게 부당하게 또는 막대한다하더래도 화를 낼수는 없는일이였다. 그냥 인간으로서 아무리 못사는 나라에서 왔기로서니 어쩌면 이렇게 막대할수있느냐는 억울한 생각뿐이였고 너무나 분해서 서러워나기까지했다. 살아보겠다는 이유하나만으로 개를짊어지고 힘들게 두만강물에 온몸을 적셔가며 강을 건너온 것이 이렇게도 죄가된단말인가? 첨으로 그때 나는 영화에서나 봐왔던 천대와 멸시를 받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고먼옛날 일제강점시기에는 나라가 없어서 온갖수모와 천대,멸시를 받아왔다지만 우리는 북한을 살기좋은 내나라 라고 입버릇처럼 떠벌이며 살다가 그땅에서 죽지않고 살아남으려고 또 잘살아보려고 돈이라도 벌어야한다는 단 한가지이유만으로 힘들게 중국땅을 찾은것인데 우리가 바로 옛날 지주집 머슴이 된것같은 굴욕적인 느낌까지 들었다. 한참을 이해할 수 없는 설움에 북받쳐 부르르떨고있는데 머리를 푹숙이고 한참을 생각속에 잠겨 아무말도없던 형이 이야기를 한다. 일단 힘들게 개를 다시 가져왔는데 잠깐이면 되니까 배낭속에 들어있는 개를 보고 돈이나 달라고 한다. 그돈만 주면 이제 당장 집을나서서 북한에 나가겠다고 이야기를 하며 맏아바이에게 사정을 하는 것이다. 형말이 끝나기도전에 나도 맏아바이에게 지금이상황에서 가면 우리가 어딜가냐고?갈때는 가야겠지만 개를 팔아야 우리도 갈거아니냐며? 애원하다싶이 동정을 구걸했다. 그러나 맏아바이는 안된다는소리만 하며 너희가 자꾸이러면 자기네집이 위태롭다며 너희가 집에온 것이 들통(발각)나는 날에는 자기들도 무사치못하다며 절대 집에 들여놓을수도 지금당장 개를 살수도 없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은 우리가 아무리 뭐라해도 집에 들여놓을수없으니 이거라도 가지고 산에 올라가 있으라고 한다. 어둠속에서 맏아바이가 건네주는 것을 형이 받아들었는데 얼핏보니 비닐봉지로된 자그마한 꾸레미인 듯 싶었다. 맏아바이는 그안에 술몇개랑 안주가 들어있으니 그거라도 마시면서 어딘가에 숨어있으라는 말이 떨어지기바쁘게 ......그순간 조용하던 밖에서 개가짖어대고 웅성웅성 사람고함소리 같은 것이 들리기시작하고 좀있어 자동차엔진소리가 들리더니 맏아바이 집앞에서 멈추는듯한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우리가 마을에 들어설때부터 보고있었던 것 같았고 그사람이 아마도 공안이나 변방대에 신고를 한모양 이였다. 더 이상 지체했다가는 영낙없이 집안에서 꼼짝없이 잡힐 것 같은 무시무시 하고도 급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밖에서는 알아듣지도 못할 중국말소리가 크게 들려오고 전지불빛이 어지럽게 흔들리면서 맏아바이집을 여기저기 비추기시작하더니 대문을 열고 사람들이 들이닥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니 아에 작정하고 달려오는 것 같았다. 순간 맏아바이는 올것이 왔다는 식으로 어이쿠! 하는 소리를 내며 맥없이 방에 풀썩 주저앉는 모습이 보이고 나역시 뭔가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되고 영낙없이 잡히게 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짧은순간에 심장이 덜컹 내려않는 느낌이들더니 요란스레 쿵쾅쿵쾅!뛰기 시작하고 이런일을 난생처음 겪어보는 나로서는 어찌할바를 모르고 사시나무떨 듯이 몸이 떨려나고 다리가 후들후들 거리기 시작했다. 그순간에 형이 나를 돌아보며 “야! 빨리튀어” 하고는 와당탕! 소리를 내며 뛰기시작한다.출입문이 잠겨있는 네모반듯한 집안에서 뛰어봤자 안방으로 뛸것이며 윗방으로 뛸것인가ㅋㅋㅋ나의 머리속은 온통 아무런생각도 나지않고 하얗게만 느껴지는데 그 자리에 만약 형이없고 나혼자였다면 영낙없이 잡혀서 큰곤욕을 치뤘을거라는 생각을 지금도 하게되고 그때를 생각만하면 지금도 오금이 저려난다. 지금에야 그때를 기억하며 웃으면서 맘편히 이글을 쓸수있지만 그때에는 나중에 일을 기약할 수 없는 절박한 순간에 연속이였다.아주 짧은 시간이였는데도 다행스럽게도 나는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절대 잡혀서는 안된다는 그래서 나도 뛰어야한다는 생각에 정신을 번쩍차리고 형의 뒤를따라 허둥지둥 죽기살기로 내달리기시작했다.그렇게 약속이라도 한 듯 형과 나는 졸지에 도망자 신세가되어 뛰기시작했고 앞서뛰던 형이 출입문 반대쪽에 있는 뒷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때 그모습은 평소 훈련잘받은 특수부대 출신같았다. 비록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는 아니였지만 총소리없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적군에 사로잡혀 절대 포로가되지 말아야한다는 식에 표현이맞을 정도로 우리는 달리고 또 달렸다. 평소 나보다 몇 번을 맏아바이집을 더다녀갔던 형이 집구조를 잘알고 있었던 덕분에 그리고 나보다는 탈북경험이 많았던 형과 함께였기에 우리는 뒷문으로 일단 빠져나올수있었다. 1차적인 위험은 순발력을 발휘해 뒷문을 열고 밖에 나왔다지만 그걸로 끝나는게 아니였다. 우리는 잡히지않는게 최우선이였고 그러자면 뛰어야만 살길이였다. 형이 먼저 달리기시작하고 그뒤를 나도 두주먹을 부르쥐고 걸음아 나살려라 하듯이 뒤돌아볼 사이도 없이 냅다 형만보고 달리고 또 달리기 시작했다. ㅋㅋㅋ “담에계속”
댓글목록10
찔광이님의 댓글
빨리 올려주세요^^
브아걸님의 댓글
우리은하님의 댓글
다음 편을 기대하겠습니다.
호비5님의 댓글
칠보산님의 댓글
금은지님의 댓글
다운이님의 댓글
님이 올려주시는글 님의 인생사 너무 재미있게
그리고 너무 생동하게 잘 읽엇습니다.
다음 집 , 힘들더라도 빨리 읽게 해주세요.
그럼 수고해주세요.
불빛님의 댓글
위기일발 순간 담호이음이네요.. ㅋㅋ.. 담호 기대합니다..
꿈나비님의 댓글
능금님의 댓글
보고싶네요 항상 즐겁고 행복하세요 ....